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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August 11, 2020

【뉴스AS】'삼성 증거 은닉'엔 눈감고 '검찰 위법수집' 탓한 법원 - 한겨레

suriyus.blogspot.com
노조와해 항소심 판결 톺아보기
‘MB 소송비 대납’ 압수수색 과정
증거인멸 직원 차량서 디스크 압수
‘2인자’ 이상훈 의장 가담 증거 나와

1심선 ‘증거 명백’ 실형 내렸지만
2심선 수색대상 엄격 해석 ‘무죄’
대법판례엔 “획일적 증거배제 안돼”
노동계 “윗선으로 가는 고리 끊겨”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10일 오후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10일 오후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의 조직적인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공작이 낱낱이 알려지고, 그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 건 사실 기막힌 ‘우연’이었습니다. 2018년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수사하던 중 삼성전자가 자동차 부품 회사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대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를 수사하기 위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삼성 노조 와해 문건’이 무더기로 발견된 겁니다. 검찰은 2018년 2월28일 경기도 수원의 삼성전자 본사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고 33층의 법무실로 올라가 삼성전자 변호사들에게 영장을 제시했습니다. 이 시각 사내 메신저를 통해 검찰 압수수색 사실을 전달받은 심아무개 삼성전자 인사팀 직원은 곧바로 증거인멸을 시작합니다. 업무 서류와 수첩 등을 파쇄하고 전무의 업무용 피시에 파일 영구삭제 프로그램을 돌린 뒤 피시와 이동식저장매체(USB)는 35층 인사팀 회의실에, 하드디스크는 지하주차장에 있던 자신의 차량 트렁크에 숨겼습니다. 심씨의 증거인멸은 부서 배치표와 직원 명단을 확보하기 위해 인사팀 사무실에 갔던 검찰 수사관이 사내 메신저 내용을 발견하면서 들통났습니다. 검찰은 심씨를 증거인멸죄 현행범으로 체포했고 차량 트렁크에 숨긴 하드디스크도 압수했습니다. 여기에서 삼성의 부당노동행위 관련 문건이 상당수 발견됐습니다. 검찰은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2차 압수수색 영장을 다시 발부받아 삼성전자서비스와 에버랜드 ‘노조 와해’ 사건 수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삼성전자 인사팀 직원이 숨기려 했던 하드디스크에서 발견된 각종 문건은 ‘삼성의 2인자’인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까지 노조 와해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이 전 의장은 자신의 혐의를 적극 부인했지만 1심 재판부는 “본인이 실제로 알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여러 증거가 명백한데도 그런 걸 눈감을 수가 없다”며 이 전 의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10일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배준현)는 이 전 의장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의 유죄를 입증할 명백할 물증들이 압수수색 대상이 아닌 곳에서 위법하게 수집됐으니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법원이 내준 압수수색 영장에 수색 대상은 삼성 본사 인사팀 등이 적혔고 “위 각 압수할 물건이 보관되어 있는 창고, 부속 건물·방실을 포함하며, 소재지 이전 및 조직개편, 업무분장 변경 등으로 다른 사무실, 부속실, 창고, 부속 건물 등에 관련 물건, 자료 또는 파일이 옮겨진 경우 그 장소를 포함”이라고 돼 있었습니다. 문제의 하드디스크는 삼성전자 인사팀 직원이 은닉을 위해 자신의 차량으로 반출한 것인데 이는 “소재지 이전 및 조직개편, 업무분장 변경”으로 옮겨진 경우가 아니라는 논리입니다. 재판부는 “(압수수색 영장) 문언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판결에 의미를 더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위법수집증거라는 이유만으로 획일적으로 증거능력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례와도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법원은 “정해진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라는 이유만을 내세워 획일적으로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것 역시 절차 조항을 마련한 취지에 맞는다고 볼 수 없다”며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판단(대법원 2008도 10914)했습니다.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예외적 경우라면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죠. 금속노조법률원의 박다혜 변호사는 “당시 삼성은 적극적으로 증거를 폐기하며 영장 집행을 방해하는 상황이었다. 조직적으로 증거를 은폐하는데 어느 정도까지 방어권을 보장해야 하는지 근본적 의문이 생긴다”며 “이상훈 전 의장이 무죄가 되면 삼성의 노조 와해 사건은 그 윗선으로 더 이상 연결이 어려워진다”고 짚었습니다. 2013년 6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에스(S)그룹 노사전략’ 문건 공개로 시작됐던 1차 수사에서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된 사례가 있습니다. 조윤영 장예지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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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12, 2020 at 02:59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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