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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August 9, 2020

"지워도 다 복원"… 변호사들, 증거 없애려는 의뢰인 때문에 공범 몰릴까 '골머리' - 조선비즈

suriyus.blogspot.com
입력 2020.08.10 06:00

최근 증거인멸을 시도해도 본인은 처벌하지 않는 법 조항을 악용하는 의뢰인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는 변호사들이 늘고 있다.
변호사가 형사재판 의뢰인을 만나기 위해 구치소를 방문한 모습. /일러스트=김성규 기자
서울의 한 법무법인에서 A 변호사는 최근 사무실을 찾아온 30대 남성에게 5분여간 법률상담을 한 뒤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고 말했다. 마약 복용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을 때 머리카락 염색을 해도 증거인멸로 형사처벌을 받는지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A변호사는 "자신의 범죄에 대한 증거를 인멸하거나 은닉하는 것을 처벌하는 형사법규는 없다고만 안내했다"며 "혹여 변호사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의 행위가 처벌을 받지 않는걸 알고 증거인멸에 나설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고 했다.

현행법(형법 제155조)에서는 본인이 자신의 범죄 증거를 인멸한 것은 죄가 성립하지 않지만, 변호사나 제3자는 증거인멸 교사나 방조범으로 형사 책임을 묻고 있다.

예로 가수 정준영씨는 지난해 3월 가수 정준영씨가 성관계 영상을 불법 촬영하고 유포한 혐의로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당시 제출한 휴대전화 3대 중 1대를 공장 출고상태로 되돌리는 초기화 작업을 거친 뒤 제출했다. 그러나 정씨는 본인의 사건에 대한 증거를 인멸한데 대해 처벌을 받지는 않았다.

이와 달리, 정씨의 변호사 B씨는 증거인멸에 가담한 혐의로 지난해 3월 경찰에 입건됐다. 2016년 정씨가 당시 여자친구의 몸을 불법촬영한 혐의로 고소를 당하자, 사건 수사 과정에서 증거를 인멸하는데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아서였다. 2017년에는 한 제약 대기업 법무팀 변호사가 수백억원의 횡령 의혹에 휩싸인 오너를 위해 증거인멸을 했다는 혐의로 입건된 일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증거인멸로 인한 형사책임으로부터 의뢰인은 자유롭다는 점에서 이를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서초구 한 변호사는 "소송에서 지거나 변호사와 갈등이 생길 경우 본인(의뢰인)은 증거인멸죄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하기도 한다"며 "변호사가 증거를 인멸해도 괜찮다고 조언을 해줬다고 자수를 하겠다면서 수임료를 돌려달라고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같은 우려 때문에 일부 변호사들은 사건을 맡으면서 의뢰인과의 수임계약서에 ‘증거인멸을 절대 하지 않겠다’는 문구를 넣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최근 정보기술(IT)이 크게 발달하면서 전자레인지로 휴대전화를 돌린 뒤에도 내부 데이터 복원이 가능해질 정도가 됐다"며 "의뢰인에게 지워도 어차피 흔적이 남으니 증거를 없애지 말라고 설명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변호사가 사전 고지를 했거나, 의뢰인으로부터 문서로 약속을 받았다고 해도 문제 발생 시 책임이 자유로워지는 건 아니다.

법무법인 오킴스의 엄태섭 변호사는 "수임계약서에 문구를 넣어도 의뢰인의 증거인멸에 변호사가 공범이 아니라는 점을 100% 입증할 수는 없다"며 "의뢰인이 악의적인 의도로 변호사의 조언을 받아 증거인멸에 나섰다고 할 경우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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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07, 2020 at 02: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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