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인 현모씨와 공모해 정기고사 시험을 치렀단 의심을 받은 쌍둥이 딸들은 지난 3월 확정된 아버지의 판결을 넘지 못했다. 아버지 현씨는 교무부장 재직 당시 관리하던 시험 답안을 유출해 이를 딸들에게 건네고, 딸들은 이를 외워 1년간 5차례의 정기고사 시험을 쳤다는 의혹을 받았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송승훈 판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쌍둥이 자매 현모양의 1심을 선고하며 이런 법리에 따라 심리했다고 밝혔다. 송 부장판사는 “아버지 판결에서 확정된 사실관계가 어떤 것인지 먼저 살펴보고,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하나하나 따져보겠다”며 40여분간 선고를 이어갔다. 피고인석에 선 쌍둥이 딸은 선고 내내 재판부를 응시했다. 재판부는 딸들에게 각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아버지 재판에서는 어떤 사실이 인정 됐나
성적 분석: 이례적 성적 상승ㆍ모의고사와의 차이
하지만 “이런 사례가 통상 흔하게 발견되는 사례는 아니고 이례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아버지 재판에서 인정된 사실이 틀리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통상적으로 중하위권에서 상위권으로의 성적 상승보다 중상위권에서 최상위권으로의 상승이 더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딸이 1학년 1학기 중상위권 성적에서 1년 만에 인문ㆍ자연계열 전체 1등까지 성적을 올린 점은 사실조회에 나온 이례적 사례보다 더 이례적인 사례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신 시험 성적과 모의고사 성적의 차이 역시 아버지 판결의 인정된 부분을 넘을만한 정황이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모의고사가 실제 입시에 반영되지 않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내신 성적이 최상위라면 모의고사도 비례해 성적을 얻는 것이 일반적인데, 딸들의 교내 성적과 모의고사 성적은 지나치게 차이가 크게 난다”고 인정했다.
의심스러운 행적: 깨알 정답, 휴대폰에 적힌 답 등
아버지 현씨가 시험 전 주말 특별한 이유 없이 초과근무를 했다는 등의 의심스러운 행적에 대해서 재판부는 “현씨 재판에서 직접 심리를 했고, 딸들 재판에서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현씨 재판을 뒤집을 사정이 없다”고 했다. 결국 이런 사정을 모두 모아볼 때 재판부는 “딸들이 아버지와 공모해 위계로 숙명여자고등학교의 학업성적 관리 방해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우연한 기회에 알게된 답, 거부 못한다" 주장했지만
당시 대법원은 “부정한 방법으로 안 것이 아니라 우연히 시험문제와 정답을 알았을 때, 그 답을 적지 않을 가능성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일반적인 학생이라면 우연히 알게 된 답을 시험지에 적지 않을 ‘기대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런 변호인의 주장에 대해 “이 사건과 사안이 달라 적용하기 어렵다"면서도 "사건에 맞춰 적극적으로 해석해보더라도 쌍둥이들이 이런 상황에서 적법한 행위로 나가는 게 전혀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분명히 했다.
이어 재판부는 “대학입시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시험에 업무방해로 학생들의 공정한 경쟁 기회를 박탈하고, 공교육에 대한 다수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만들었다”며 쌍둥이들의 죄질이 무겁지 않다고 판결했다. 또 법정에서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점도 짚었다. 다만 딸들이 사건 당시는 물론 지금도 미성년자여서 인격이 형성되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봤다. 이 사건으로 퇴학 처분을 받은 점도 고려해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240시간의 사회봉사를 선고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August 12, 2020 at 10:13AM
https://ift.tt/30LsX9B
부친 유죄 뒤집을 증거 없었다…숙명여고 쌍둥이 집행유예 3년 - 중앙일보 - 중앙일보
https://ift.tt/30qUpK2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