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罪인 경우 있나” 질문
檢 “계획적 시세조종” 주장만
與圈 “인정할 수 없는 결정”
수사심의위제도 수정 움직임
심의위원 명단 유출 우려에
“이러면 소신있게 결정 못해”
지난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수사팀에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 결정을 내린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 회의에서는 이 부회장의 직접적인 개입 증거에 초점을 맞춰 물증을 제시해 달라는 심의위원들의 집중적인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이 부회장의 직접 개입 여부가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를 밀어붙인 명분이었던 만큼, 해당 증거가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던 점이 압도적인 불기소 권고 결정에 다다른 결정적인 이유가 아니었겠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29일 문화일보 취재에 따르면, 9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로 진행된 수사심의위에서 복수의 심의위원은 검찰 측과 이 부회장의 변호인 측에 각각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관여한 증거가 무엇이 있는지에 포커스를 집중해서 말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회의 참석자는 이에 대해 “언론 지면을 통해 검찰 수사를 비판해 온 김병연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작 질문을 거의 하지 않아 여론 형성을 주도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이 부회장이 관여한 증거를 요구하는 또 다른 위원들의 요구가 이날 논의의 핵심 쟁점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법조인 출신의 또 다른 위원은 “합병이 죄가 되는 경우는 어떤 경우가 있느냐”면서 일반적 경영 활동인 합병을 왜 불법 행위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측 변호인은 “사기적 부정거래와 주가 조작이 소명되려면 기본적으로 합병 비율 조작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내용이 없어 무리한 기소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강변한 반면, 검찰 측은 “경영승계를 위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비율을 만들기 위해 계획적으로 움직였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측 변호인은 “당시 회의 분위기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는데, 10 대 3이라는 압도적 결과로 불기소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다들 적지 않게 놀랐다”고 전했다.
수사심의위 결정은 권고 사항으로 강제성은 없다. 다만 앞서 소집된 8차례 수사심의위의 경우 수사팀은 해당 권고를 그대로 수용해 2주 이내에 기소·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첫 사례인 2018년 기아차 노조 파업 사건에서 수사심의위는 노조원들에게 무혐의 처분을 권고했고, 수사팀도 이를 따랐다. 같은 해 안태근 전 검사장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사건에 대해서는 심의위 결정대로 구속 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돼 불구속 기소를 했다. 압도적인 표 차이로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결정이 나옴에 따라 검찰도 기소 여부를 놓고 수사심의위의 결정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수사팀은 ‘과잉 수사 논란’을 피하기 위해 애초 방침대로 조기에 기소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번 결정에 불복하는 집단반발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여권을 중심으로 수사심의위의 이번 결정을 두고 “인정할 수 없다”며 검찰 수사의 절차 및 결과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제도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위원 명단이 유출돼 관련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번 수사심의위에 참석한 A 위원은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명단 유출로 명예훼손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은지·이희권 기자
June 29, 2020 at 09:32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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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위 “李, 합병 직접 관여했나” 묻자…檢, 증거제시 못했다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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