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공학 분야에 새로운 돌파구가 열렸다.
스위스 로잔 연뱡공대(EPFL) 나노 전자공학 및 구조 연구소(LANES) 공학자들이 더 작고 빠르며 에너지 효율이 높은 차세대 전자회로 개발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산업 전반과 현대인의 생활 곳곳에 확산되고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 발전에 새로운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들 연구팀은 처음으로 2차원 재료를 사용해 논리 연산과 메모리 기능을 결합한 논리 기억(logic-in-memory) 아키텍처 혹은 단일 아키텍처를 만들어내는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였다.
이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 4일 자에 발표됐다.
2차원 이황화몰리브덴을 재료로 사용
지금까지 컴퓨터 칩의 에너지 효율성은 현재 사용되는 폰 노이만 아키텍처로 인해 제한을 받아왔다. 이 아키텍처에서는 데이터 처리와 저장이 두 개의 개별 장치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두 장치 간에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전송해야 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두 장치를 하나의 구조로 결합함으로써 이런 손실들을 줄일 수 있게 됐다. 두 가지를 하나로 결합하자는 것이 새로운 칩 개발에 대한 연구팀의 기본 생각이었지만, 실제 작업에서는 기존의 논리 기억 장치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갔다.
EPFL 칩은 원자 세 개 두께 만한 단일 층으로 구성된 2차원 재료인 이황화몰리브덴(MoS₂)으로 만들어진다. 이 MoS₂도 우수한 반도체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ANES 공학자들은 이미 몇 년 전에 이황화몰리브덴의 특정 속성을 연구해 이 재료가 전자 응용부품에 특히 적합하다는 사실을 발견한 바 있다. 연구팀은 이 초기 연구를 더 깊이 천착해 이번에 차세대 기술을 창출하기에 이르렀다.
2차원 MoS₂는 지난 2017년 비엔나 과학기술대 연구팀이 이를 이용해 1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구현한 연구를 발표했고, 현재 2차원의 2터미널 기억소자와 3터미널 기억트랜지스터 연구 제조에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연구팀, 칩 제조 전문성도 확보
EPFL 칩은 플로팅 게이트 전계효과 트랜지스터(FGFETs)를 기반으로 한다. 이 트랜지스터의 장점은 오랫동안 전하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카메라와 스마트폰 및 컴퓨터용 플래시 메모리 시스템에 사용된다.
연구팀은 이황화몰리브덴이 고유한 전기적 특성으로 인해 FGFETs에 저장된 전하에 특히 민감하다는 속성을 이용해 메모리 저장 장치 그리고 프로그램이 가능한 트랜지스터로 동시에 작동하는 회로를 개발했다.
이들은 MoS₂를 사용해 수많은 처리 기능을 단일 회로에 통합한 다음, 이를 원하는 대로 변경할 수 있었다.
EPFL 나노 전자공학 및 구조 연구소(LANES) 책임자인 안드라스 키스(Andras Kis) 전자공학과 교수는 “한 회로에서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하는 능력은 인간의 뇌가 기억을 저장하고 머릿속으로 계산을 수행하는 방식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키스 교수는 “이번에 고안한 회로는 메모리 장치와 프로세서 간 데이터 전송과 관련한 에너지 손실을 줄이고, 컴퓨팅 작업에 필요한 시간과 공간 모두를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이런 이점들은 앞으로 더 작으면서도 강력하고 에너지 효율적인 다양한 장치 개발의 문을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LANES 연구팀은 또한 이번 연구를 통해 2차원 재료로 회로를 제작하는 심층적인 전문지식도 확보했다.
키스 교수는 “10년 전 첫 번째 칩을 손으로 만들었으나, 그 이후 고급 제조과정을 개발해 잘 제어된 속성으로 한 번에 80개 이상의 칩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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